직장인의 꿈, 주 4일제 정말 실현 가능성 있을까?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과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Work Life Balance)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주 4일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직장인의 꿈, 주 4일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주 4일제 도입 논의
최근 주 4일제 논의가 새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2004년 7월, 국내 주 5일제가 시작된 후 2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주 4일제가 논의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로 발생되는 사회적인 문제,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적용된 탄력근무 시스템이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이 주 4일제 도입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시행한 재택근무가 업무의 양과 질을 떨어트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상황에서 노동의 유연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과, 이를 위해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 노동시간과 생산성의 아이러니
2021년 OECD에서 발표한 노동생산성 지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38개 회원국 가운데 27위를 기록하며 노동생산성 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근로자 한 명이 1시간 동안 생산하는 재화ㆍ용역의 부가가치를 측정하는 시간당 노동생산성(GDP per Hour Worked)은 한국이 2020년 기준 41.7달러로 조사되었습니다. 노동생산성 1위를 기록한 아일랜드(111.8달러)와 약 3배가량 차이가 나며, 소득수준이 우리보다 낮은 주요 동유럽 국가들도 한국을 앞서고 있습니다. (슬로바키아(45.8달러), 슬로베니아(45.7달러), 체코(42.1달러) 등)
반면에 2020년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평균 1,908시간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긴 노동시간을 자랑합니다. OECD 회원국의 평균 노동시간인 1,687시간보다 연간 221시간(9.2일),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의 연간 1,332시간보다도 연간 576시간(24일)을 더 일하고 있는 셈입니다.
# 주 4일제의 경제 효과
전문가들은 한국의 야근 문화와 필요 이상 긴 근로시간이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것으로 평가하며, 한국이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나라’가 되려면 노동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주 4일제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근무 시간에 집중도를 올려 노동생산성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 5일제 순차적 도입에 따라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2019년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 5일제 정책 도입 이후 월평균 약 6시간(주당 약 1.5시간, 전체의 3%) 노동시간이 줄었으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 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일제 도입으로 인한 시간당 임금은 6.6% 상승한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또한 주 4일제를 시행하게 되면 그만큼 여가 시간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서비스 업종의 수요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주 5일제 첫해인 2004년 자격증 응시학원 수강생이 열 배 수준으로 증가하였고, 각종 레저와 스포츠 등 취미 활동을 위한 직장인 모임도 증가했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당시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평균 월 소득의 13.6%인 23만 3,400원을 주 5일제에 따른 여가비로 지출할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 해외에서는 주 4일제 실험
유럽연합에서는 이미 30년 전인 지난 1993년에 주 35시간 지침을 정했고, 주 4일제 또한 시범 도입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영국, 독일과 아이슬란드 등이 주당 35∼37시간 내외 주 4일제를 시행 중입니다. 미국에서도 주 4일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민주당 소속 마크 타카노 하원의원은 같은 당 의원 13명과 함께 ‘주 32시간 근무법’을 발의한 바 있으며, 미국 민간 기업의 25% 이상은 이미 주 4일제와 유사한 방식의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30개 기업이 2022년 6월부터 연말까지 주 4일제를 시범 운영한 뒤 본격 도입할 예정입니다. 현재까지는 ‘임금 삭감 없는’ 생산성 향상과 노동자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가 충분히 양립 가능하다는 중간 평가들이 도출되고 있습니다.
영국 싱크탱크 오토노미·아이슬란드 지속가능민주주의협회(Alda)에서 2015~2019년 5년간 노동자 2,500명을(아이슬란드 노동인구의 약 1.5%)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시범 실시한 결과, 근로현장의 생산성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했고 노동자의 스트레스와 번아웃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국내 주 4일제 시행은?
우리나라도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주4.5일제 또는 주 4일제를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교육 분야의 한 기업은 임금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주중 하루를 자유롭게 쉴 수 있는 ‘드림데이’로 지정해 주 4일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주4.5일제와 주 4일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며, 국내 일부 플랫폼 기업들은 매주 월요일 오후에 출근하는 주4.5일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 주 4일제를 도입하기에는 난관이 많습니다. 경영자총협회 등 재계에서는 주 52시간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 4일제 전면 시행은 시기 상조라는 주장입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기업의 추가 고용 창출로 연계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일반적인 여론은 찬성이 좀 더 우세합니다. 2021년 한국리서치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찬성 51%, 반대 41%로 나타났습니다. 20대와 30대의 찬성 응답이 70%를 넘어서는 등 연령이 낮을수록 찬성 의견이 많았습니다. 정규직 67%, 비정규직 51%가 찬성했지만, 자영업자는 반대가 61%로 더 높았습니다. 응답자들은 추가 휴일이 생기면 건강관리(37%), 취미생활(36%), 여행(32%), 자기계발(27%)을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임금이 줄어든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자 찬반이 뒤바뀌었습니다. 응답자의 64%가 ‘임금이 줄면 안 하겠다’라고 답해 주 4일제 도입의 핵심 전제 조건이 ‘임금 유지’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통적인 여론은 주 4일제 논의에 긍정적이지만, 본격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노동환경과 임금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지금까지 하나은행 1Q 블로그와 함께 주 4일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워라밸이 중요한 가치로 평가되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탄력적 근무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여러 선진국들처럼 근무 만족도와 생산성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변화를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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