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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피플

앤디 워홀 이후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 '키치의 제왕' 제프 쿤스

by 하나은행 2014. 7. 9.
Hana 피플

앤디 워홀 이후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 '키치의 제왕' 제프 쿤스

by 하나은행 2014. 7. 9.

 

 

미술 서적보다 뉴스에서, 작품성보다 작품 가격에 대해서 더 많이 이야기되는 작가인 제프 쿤스. ‘키치의 제왕(King of Kitch)’이라 불리는 그는 평론가의 냉대와 대중의 환대라는 모순적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은, 가장 유명하면서 가장 논란이 많은 스타 작가다.

 

“제프 쿤스(Jeff Koons)가 예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작가면, 나는 루마니아의 마리아 공주다.” 

미국의 유명 평론가 제리 살츠(Jerry Saltz) 가 코웃음을 치며 한 말이다. 제리 살츠뿐만이 아니다. 

 

2007년 제프 쿤스 는 데미언 허스트와 함께 미국 미술 잡지 <아트뉴스(ARTnews)>가 선정한 ‘105년 후에도 남을 작가명단’에 들지 못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비평가들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컬렉터와 대중들은 제프 쿤스를 열렬히 환호한다. 록펠러 센터 앞에 7만여 송이의 꽃으로 만든 <퍼피>(2000) 가 도심 한가운데서 꽃향기를 흩날렸고, 추수감사절 무렵엔 메이시 백화점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래빗>(2007)이 명절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9.11 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맞은편에는 붉은색의 <벌룬 플라워>(2012) 가 천진스러움으로 고통의 현장을 지나는 사람들을 위로해주었다. 이 작 품들은 시민 모두에게 기쁨을 주고 사랑을 받았다.

 

 

그는 상업적으로 언제나 대성공을 거뒀다. 2012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 매에서 작품 <튤립(Tulips)>(1995~2004)이 약 370억 원에 낙찰되면서 쿤스는 생존작가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21세기의 가장 영향력있는 슈퍼스타 예술가는 이렇게 대중들 속에서, 그리고 경매장에서 탄생했다. 물 론 걸핏하면 몇십 억, 몇백 억하는 그의 작품 가격이 합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끊이지 않는다. 어떤 논란이 뒤따르건 그는 이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타이틀을 하나 쟁취했다. 바로 ‘키치의 제왕(King of Kitch)’이라는 타이틀이다. 이만큼 그의 모순적인 상황을 잘 보여주는 말은 없다. 그의 작품은 아무런 내용없는 공허한 키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일까? 아니면 키치를 순수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말인가? 자, 당신은 어느 쪽에 한 표를 던지겠는가?

 

슈퍼 리치의 마음을 사로잡은 슈퍼스타

 

 

키치의 제왕 제프 쿤스의 성공신화를 가능하게한 것은 미술시장과 대중 문화의 발흥이다. 제프 쿤스는 맨해튼의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서 13개짜리 방이 있는 고급 주택에 살고 있으며, 할리우드 스타처럼 유명인의 생활을 즐긴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돈 문제에 초연한 척한다. 그러나 시카고의 아트 딜러 도널드 영(Donald Young)의 말대로 제프 쿤스는 부유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시장을 잘 의식하고 있다.

 

↑ ‘Diamond (Blue)’, mirror-polished stainless steel with transparent color coating, 198.1×221×221cm, 1994-2005 cJeff Koons
↑ ‘Diamond (Blue)’, mirror-polished stainless steel with transparent color coating, 198.1×221×221cm, 1994-2005 cJeff Koons

 

 

그의 뒤에는 뉴욕의 래리 가고시안, 런던의 도페이, 베를린의 막스 헤츨러 같은 전 세계의 거물급 딜러들이 포진해 있다. 미술 경매 업체 크리스티와 명품 브랜드 구찌를 보유한 PPR 그룹의 창업자 프랑수아 피노(F. Pinault), 미국의 억만장자 부동산 개발 업자 일라이 브로드(I. Broad), 그리스 부동산 거물인 다키스 조아노(D. Joannou) 등 이름만으로도 ‘억’ 소리가 나는 슈퍼 리치들이 그의 컬렉터이다.

 

미술 시장 전문가 올라프 벨투이스(Olav Velthuis)는 최근 “어마어마한 여유자금을 보유한 부자들이 새로운 투자자산으로 미술작품을 주목하고, 기꺼이 투자하고 있는데 이런 변화된 투자양상이 제프 쿤스의 성공 배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고 나면 가격이 오르는 제프 쿤스는 그들에게 우량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최근작 <축하(Celebration)> 시리즈에 사용되는 반짝거리는 거대한 크기의 스테인리스는 매우 까다로운 소재여서 특수한 재련소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것은 엄청난 비용을 요구한다. 이 비용은 웬만한 딜러들을 파산시킬 만큼 끔찍한 비용이다. 미리 거액을 투자한 후 나중에 완성된 작품을 받아가는 식으로 운용되는 판매구조 역시 일반적인 미술품 거래의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다.

 

↗ ‘Puppy’, stainless steel, soil, geotextile fabric, internal irrigation system, and live flowering plants, 1234.4×1234.4×650.2cm, 1992 cJeff Koons ↗↗ ‘Metallic Venus’, Mirror-polished stainless steel with transparent color coating and live flowering plants, 254×132.1×101.6cm, 2010-12 Private collection; courtesy Fundacio′ n Almine y Bernard Ruiz-Picasso para el Arte cJeff Koons
↗ ‘Puppy’, stainless steel, soil, geotextile fabric, internal irrigation system, and live flowering plants, 1234.4×1234.4×650.2cm, 1992 cJeff Koons ↗↗ ‘Metallic Venus’, Mirror-polished stainless steel with transparent color coating and live flowering plants, 254×132.1×101.6cm, 2010-12 Private collection; courtesy Fundacio′ n Almine y Bernard Ruiz-Picasso para el Arte cJeff Koons

 

제프 쿤스는 투자에 있어서는 매우 진취적이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면서도 보존에 있어서는 매우 보수적인 부자들의 마음을 귀신같이 읽어냈다. 그들은 옛 귀족만큼 혹은 그보다 훨씬 부유하지만 고유의 문화가 없는 사람들이 었다.

 

제프 쿤스는 1970년대 말 진공청소기, 만능 레인지 등 실용적인 물건을 예술품으로 만든 <The New> 시리즈로 미술계에 등장했다. 교묘하게 균형을 잡으며 물 위에 떠있는 농구공처럼 이전에는 예술품이 되지 못했던, 철저히 비예술적인 사물들이 낯설고 경이로운 예술 작품으로 태어났다.

 

그들은 이 대목에서 새로움을 느꼈다. 쓸 수 없는 진공청소기는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를 내세우던 그들을 멈춰서게 하고 생각하게 했다. 제프 쿤스의 작품은 팝아트, 개념미술, 미니멀리즘과 연관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예술 작품을 완벽한 상품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매혹적으로 반짝이는 표면, 엄청난 비용을 요구하는 거대한 스케일과 고급스러움, 깔끔하고 완벽한 마무리로 마치 고가의 명품 같은 예술품을 만들었다. 제프 쿤스는 아무나 살 수 없는 작품을 한정판으로 판매해 더 비싸고, 더 귀한것을 가질수록 만족도가 높아지는 ‘과시적 소비’ 욕망을 충족시킨다. 그의 작품이 철저히 시장 지향적이라는 말은 이런 데서 나오는 것이다.

 

 

대중문화는 그의 성공에 열광한다

 

↑↑ ‘Loopy’, oil on canvas, 274.3×200.7cm, 1999, Bill Bell Collection cJeff Koons ↑ 2013년 발매된 레이디 가가의 정규 앨범 <Artpop>의 재킷 이미지
↑↑ ‘Loopy’, oil on canvas, 274.3×200.7cm, 1999, Bill Bell Collection cJeff Koons ↑ 2013년 발매된 레이디 가가의 정규 앨범 의 재킷 이미지

제프쿤스의 성공뒤에 서있는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대중문화의 어마어마한 성공이다. 그는 광고, 상품, 기념품 등 대중이 친숙하게 느끼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작품의 대상으로 삼았다. 제프 쿤스의 세계에서는 마이클 잭슨, 밥 호프, 루이 14세, 풍선토끼가 모두 동급이다. 고상함과 천박함, 과시하고 싶은 마음과 과시할 것 없는 빈곤함을 솔직히 보여주는 자기풍자의 정신이 함께있다. 

 

<애완용 원숭이 버블과 함께있는 마이클 잭슨> <줄줄이 강아지> 등 그의 유명한 작품들이 포함된 <진부함 (Banality)> 시리즈는 대중적인 기념품과 포르노그래피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당신의 모든 것, 당신의 어린시절 장난감, 당신의 추억 속 기분 좋은 선물, 돈과 다이아몬드 그리고 예쁜 여자에 대한 들끓는 욕망, 스타들에 대한 어리석은 동경... 위대한 예술작품 앞에서 내놓기 꺼려했던 그 모든 유치하고 천진난만한 것들이 제프 쿤스의 세계에서는 예술 작품이 된다. 

 

<축하(Celebration)> 시리즈에서는 풍선 강아지, 풍선 꽃, 가짜 다이아몬드 반지 등 모든 것이 반짝거리고, 쾌적하고, 유쾌하다. 2~4m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의 ‘판타스틱’한 반짝이들은 우리 모두를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으로 만든다. 제프 쿤스의 작품 중 <튤립>처럼 가장 외관이 천진한 작품에도 묘한 성적인 메타포가 들어있다. 광고, 상품 디자인, 콘셉트 모든 것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 이 시대 대중문화의 특징 가운데 하나라면 제프 쿤스의 작품들은 부드럽고 달콤하게 욕망을 자극하는 우리 시대의 대중문화를 닮았다.

 

 

워홀과 달리의 계보를 잇는 아트 스타

 

그의 삶도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13년 5월 <뉴욕매거진>에는 ‘앤디 워홀 이후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라는 문장과 함께 자신의 세라믹 작품처럼 분 장한 제프 쿤스의 얼굴이 표지를 장식했다. 기사에는 그의 뉴욕 작업실, 부 인과 어린 5명의 자녀들과 함께한 사진이 실려 있다. 스타의 사생활과 일상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따라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일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화에 출연할 수 없으나, 스타가 영화에 출연했을 때 들었던 가방은 살 수 있다. 스타에 대한 동경은 소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스타는 그 자체가 돈이다. 나아가 스타의 스토리 자체는 늘 화젯거리고, 스토리가 많 을수록 유명해지고 부유해진다.

 

1992년 발간된 짤막한 자서전 《The Jeff Koons Handbook》(1992)에서 그는 “나는 언제나 예술가였다. 태어난 이래로 늘 예술가였다”라고 주장한다. 아마도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좀 제거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실제로 어린시절부터 재능을 보인 그는 7세 때부터 미술 교육을 받았고, 가구상이었던 아버지는 9세 된 아들의 그림을 팔기도 했다. 미대를 졸업한 그는 1977년, 뉴욕 모마에서 회원권을 판매했는데 모마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세일즈맨이었다고 자랑한다.

 

월 스트리트에서 일하면서 그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자본주의 한복판에서 시장을 공부했다. 젊은 시절 그의 우상은 앤디 워홀과 살바도르 달리였다. 앤디 워홀은 팝아트 작가이고, 달리는 초현실주의 작가이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예전의 예술가들은 고흐나 고갱처럼 골방에서 고독하게 예술혼을 불태우는 우울한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살바도르 달리와 앤디 워홀은 새로운 유형의 예술가들이었다. 그들은 생전에 유명해졌고, 성공했으 며 부자가 되었다. “비즈니스야말로 최고의 아트다”라고 할 정도로 앤디 워홀은 아트 비즈니스에 성공했다. 앤디 워홀을 추앙하는 많은 후배들이 생겨 났다. 그중 제프 쿤스는 앤디 워홀의 가장 성공적인 후배다.

 

제프 쿤스의 그 유명한 결혼은 ‘성공을 노린 예술적인 퍼포먼스’였다고 말 하는 사람도 있다. 이 사건은 그를 스캔들러스한 인물로 자리매김하게 하 는데 성공했다. 앤디 워홀이 영특하게 간파한 것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명해지는 것은 곧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다. 제프 쿤스는 1991년 포르노 배우 출신 국회의원 치치올리나와 결혼했다. 그리고 치치올리나와 자신의 적나라한 침실 장면을 담은 작품 <천국에서 만들어진(Made in Heaven)> 시리즈를 발표했다. 포르노그래피와 다를 바 없는 이 작품들은 커다란 논 란을 불러일으켰다.

 

논란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천국은 지옥으로 바뀌었다. 첫아들이 태어나던 1993년, 그들은 결혼만큼 떠들썩한 이혼을 한다. 치치 올리나는 갓 태어난 아들을 데리고 로마로 돌아갔고, 쿤스는 ‘납치’라며 10 년 넘게 양육권 소송을 벌이다 패소했다. 쿤스는 이 경험을 계기로 납치·학 대 아동을 돕는 ‘국제 미아착취 아동센터’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함께할 수 없는 아들의 생일과 여러 축일들을 기념하기 위해서 <축하> 시리즈가 탄생하게 되었다. 물론 제프 쿤스가 아들을 정말 사랑하리라는 것 을 의심할 필요는 없지만 이것으로 그의 작품에 스토리가 담기게 되었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축일에 쓰이는 풍선, 포장용 장식, 부활절 달걀 같 은 행복한 기억을 매개하는 것들이 반짝거리며 우리 눈앞에 있다. 그것은 그냥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 ‘애절한 부성’을 담아 반짝이고, 사랑하는 사람 과 함께 행복하고 싶어서 절실하게 반짝인다.

 

Balloon Dog (Yellow)’, mirror-polished stainless steel with transparent color coating, 307.3×363.2×114.3 cm, 1994-2000 cJeff Koons
Balloon Dog (Yellow)’, mirror-polished stainless steel with transparent color coating, 307.3×363.2×114.3 cm, 1994-2000 cJeff Koons

 

 

미술계의 악동에서 시대의 아이콘으로

 

최근에 그는 팝 가수,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앨범 재킷을 디자인하면서 대중문화와의 끈끈한 연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동시에 유명세를 더 높였다. 그에 대한 모든 비난을 비웃듯이 제프 쿤스는 못 말리게 승승장구 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베르사유 궁 전시, 2012년 스위스 바젤의 바이 엘러 재단(Foundation Beyeler)에 이어 올해 2014년 6월 27일부터 뉴욕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에서는 대규모 회고 전이 시작된다. 휘트니 미술관은 2015년 이전 개관을 목표로 현재의 건물 에서 하는 마지막 전시를 ‘가장 미국적인 작가’인 제프 쿤스에게 맡겼다. 이 번 전시는 영구 전시장을 제외하고 모든 전시관을 사용하는 가장 대규모 의 전시가 될 예정이다. 전시는 파리의 퐁피두 센터(Pompidou Center) (2014. 11. 26~2015. 4. 27), 스페인의 구겐하임 빌바오(Guggenheim Bilbao Museum) (2015. 6. 5~9. 27)로 이어질 예정이다.

 

비평가들의 시선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뉴욕 뉴 뮤지엄( New Museum of Contemporary Art)의 큐레이터 댄 캐머런(Dan Cameron)은 그의 작품이 ‘기쁨과 철학적인 생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어린아이들과 철학자를 모두 만 족시키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1980년대에는 제프 쿤스의 작품을 받아들이 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제프 쿤스 쪽으로 자연스럽게 끌려가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어쩌면 제리 살츠가 “나는 루마니아의 마리아 공주다”라고 커밍 아웃을 해야 할 날이 빨리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글·이진숙 | 진행·이소진 | 디자인·류미라

도움·Jeff Koons LLC,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