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달러 아저씨부터 펭귄까지! 문화 유전자 ‘밈’의 경제학
밈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문화 콘텐츠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한때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노래 '강남스타일'도 하나의 밈으로 볼 수 있죠.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가 발달한 요즘은 밈이 갖는 파괴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일부 기업은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겨냥해 밈을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밈은 단순히 인터넷 속 하위문화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로 침투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나은행 블로그에서는 기업과 소비자가 밈에 열광하는 이유, 그리고 밈이 갖는 경제적 의미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밈(Meme)은 그리스어로 모방을 뜻하는 단어인 '미메시스(Mimesis)'와 '유전자(Gene)'의 합성어입니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에 의해 만들어진 단어죠. 그는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문화적 요소들이 마치 유전자처럼 자신을 복제하며 진화한다고 주장했는데요. 그의 가설에서 출발한 밈이라는 개념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요소들을 일컫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밈은 ‘유행어’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좀 더 넓은 의미를 포괄합니다. 언어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동영상, 음악 등 다양한 미디어로 표현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요. 기억하기 쉽고 중독성을 갖고 있는 콘텐츠라면 무엇이든지 밈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영화나 드라마 속 인물, 대사가 뒤늦게 발굴되어 인기를 얻기도 하는데요. 2개 이상의 밈이 만나 새로운 밈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밈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재미입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변주할 수 있어 2차, 3차 패러디로 발전하는데요. 콘텐츠 자체가 유전자와 같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새롭게 태어나기도 하고, 수명이 다한 밈은 사라지기도 합니다. 같은 밈을 공유하는 집단에게는 강력한 동질감을 주기도 하고요. 한마디로 누구나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역주행'은 밈의 성격을 보여주는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2000년대 초반 방영된 드라마 ‘야인시대’는 세월을 뛰어넘어 밈으로 새롭게 탄생한 대표적 사례인데요. 김두한의 청년 시절을 다룬 1부가 평균 시청률 40%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한 반면, 중년 김두한이 등장하는 2부는 평균 20%를 기록하며 그야말로 시청률이 반 토막 나게 됩니다.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1부 당시 최고 시청률이 57%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은 성적인데요. 2부 내용을 재미있게 편집한 영상들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며 점점 평가가 뒤집히기 시작합니다. 중년의 김두한을 연기했던 배우는 드라마 방영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청소년들에게 현재 ‘4달러 아저씨’라 불리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13년 만에 역주행에 성공한 영화 속 인물도 있습니다. 영화 ‘타짜’에 등장하는 한 조연인데요. “어이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 “묻고 더블로 가!”와 같은 명대사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패러디 되며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해당 배우는 한두 달 사이에 80개가 넘는 CF 출연 제의를 받을 정도로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죠.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밈의 특징입니다. 한 교육방송채널의 어린이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펭귄 캐릭터가 최근 성인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7개월 만에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150만명을 돌파했고, 구독자층도 18~34세의 비율이 70%에 이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타깃으로 제작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셈이죠.
이처럼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밈의 경제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데요. 특히 올해 등장한 교육방송채널의 펭귄 캐릭터는 여러 산업에 직·간접적인 경제적 효과를 미치고 있습니다.
우선 유튜브 예상 수익 조회 사이트인 녹스인플루언스에 따르면 이 캐릭터의 유튜브 채널 수익은 월 9,228만 원에서 1억6,000만 원으로 예상되고, 제휴 수익은 영상 1개당 2,645만 원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증권가에서는 관련 수혜주도 등장했는데요. 펭귄 캐릭터 굿즈를 판매하고 있는 한 인터넷 서점은 작년 12월 주가가 7,000원대로 치솟았는데요. 작년 4월(4,000원대)에 비해 70% 이상 오른 결과라고 하네요.
전세계적인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는 지난해 상반기 밈을 통해 2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누렸다고 하는데요. 지난해 상반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스타벅스 일회용 종이컵이 등장한 것이 계기가 됐는데요. 이 드라마는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데, 제작 스태프의 실수로 스타벅스 종이컵이 카메라에 잡혀버린 것이죠.
이 모습을 포착한 네티즌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밈으로 재생산하면서 큰 화제를 낳았는데요. 소셜미디어 모니터링 업체인 토크워커에 따르면 드라마 방영 직후 48시간 동안 온라인상에서 스타벅스와 왕좌의 게임에 대한 언급이 무려 19만3,000번 이상 이뤄졌다고 합니다. 또 미 CNBC는 이 사건으로 스타벅스가 23억달러(2조6,000억원)에 달하는 공짜 광고 효과를 얻었다고 분석됐습니다.
이처럼 밈을 활용한 마케팅은 홍보 효과가 빠르고 파급력이 크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홍보 콘텐츠를 스스로 재생산하고 확산한다는 점이 매력적일 텐데요. 이런 특성 때문에 기업 관계자들은 누리꾼만큼이나 밈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화제가 되는 밈의 수명이 끝나기 전에 재빠르게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죠.
반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밈을 광고로 만들어달라고 기업에 제안하는 소비자들도 있습니다. 영화 타짜 속 캐릭터가 뒤늦게 인기를 끌자 누리꾼들은 명대사를 활용한 광고 콘티를 만들고 이를 공유했는데요.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실제로 해당 배우를 기용해 광고를 제작하면서 누리꾼들의 아이디어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자발적인 놀이 문화가 기업과 만나 경제 효과를 창출하게 된 것이죠.
이처럼 밈을 잘 활용할 경우 기업은 이미지 개선과 홍보 효과를, 소비자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데요. 물론 밈 마케팅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밈을 모르는 소비층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렵고, 조금만 유행 시기를 놓쳐도 원하는 반응을 얻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죠. 또한 인위적으로 밈을 만들어낼 경우 오히려 사람들의 반감을 살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하나은행 블로그와 함께 밈이란 무엇인지, 또 밈이 갖는 경제적 의미에 관해 살펴보았습니다.
문화도 생물처럼 태어나고 사라진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오는데요. 2020년에 새롭게 떠오를 밈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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