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 같은 즐거움이 있다! 한여름의 남원여행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춘향과 이몽룡의 러브 스토리가 아직도 흘러넘치는 곳, 남원이다. 남원에는 지리산을 필두로 각종 문화재와 문학관, 테마파크 등이 꽉 들어차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은다. 지리산 청정 자연을 듬뿍 머금은 보약 같은 밥상은 남원 여행의 또 다른 덤이다.
글 여경미 기자 | 사진 임익순 기자
남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바로 성춘향과 이몽룡의 러브 스토리다. 고전소설 춘향전은 현대에 와서도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의 작품으로 각색되어 연령과 시대를 초월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러브스토리의 배경이 된 남원은 ‘사랑이 넘치는 고장’으로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즐겨찾고 있다.
관광객들이 뜨거운 사랑의 주인공이 되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는 광한루다. 광한루는 소설 속에서 춘향이 그네를 타러 나가 이몽룡과 백년가약을 맺었던 장소다. 춘향전으로 한층 유명해진 광한루는 황희 정승이 1419년에 세운 곳이다. 경회루, 촉석루,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4대 정원으로 꼽히며 우리나라 정원의 진수를 보여준다. 신록이 아름다워 명승 제33호로 지정됐을 정도. 광한루원에는 광한루 외에도 방장정, 봉래섬, 영주각, 완월정 등을 볼 수 있다.
광한루원 지척에는 춘향 러브스토리와 관련된 또 다른 관광지가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의 촬영 장소를 포함해 만남의 장, 맹약의 장, 축제의 장 등을 사랑의 테마 관광지로 조성한 춘향테마파크이다. 이곳은 철저한 고증을 통해 관아, 월매집, 부용당, 옥사정 등을 복원했다.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주말에는 춘향테마파크가 있는 남원관광지부터 광한루원까지 신관사또 부임행차 상설 공연을 비롯한 춘향전 마당극이 펼쳐진다.
남원 시민들에게 인기있는 휴양지로 금지면에서 산동면을 흐르는 요천강을 빼놓을 수 없다. 62㎞에 달하는 요천강 일대는 남원 시민들에게 사시사철 따뜻한 품을 내어주는 쉼터와 같다. 봄이 되면 왕벚나무가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빨간 양귀비도 도처를 수놓아 꽃천지를 연출한다.
# 문학에서 음악까지, 예술가들의 고향
광한루원에서 30여 분간 시골길을 내달리면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문학관이 나온다. 입구의 돌계단을 오르면 한옥으로 지어진 아담한 문학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앞에 펼쳐진 청호저수지는 한 폭의 산수화같다. <혼불>은 최명희 작가가 1980년 4월부터 1996년 12월까지 17년 동안 혼신을 힘을 다해 쓴 대하소설로, ‘순결한 모국어를 복원하고자 했다’는 그녀의 의지처럼 한국문학의 새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혼불>은 조선 말기에서 일제강점기까지 몰락해가는 종가의 며느리 3대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문학관에는 51세로 짧은 삶을 살다간 작가 최명희가 다시 살아 돌아온 듯 그의 일생과 유품, <혼불>의 대표적인 장면들이 인형으로 전시돼 있다. 이 마을 전체가 <혼불>의 배경이 됐던 만큼, 머무르는 곳마다 소설 속 한 장면을 재현해 놓은 듯하다. 혼불문학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혼불>의 등장 공간인 서도역이 자리 잡고 있다.
서도역은 효원이 매안으로 신행을 올 때 기차에서 내리던 곳, 강모가 전주로 학교를 다니면서 자주 이용하던 장소이다. 1932년 전라선 역사가 있다가 지금은 신역사가 생겨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준공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옛 추억을 되새기는 문화공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남원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최명희가 있다면, 판소리의 대가인 손흥록 선생도 남원을 빛낸 명사이다. 운봉과 인월에 걸터앉은 비전마을은 동편제의 가왕이라고 할 수 있는 송흥록 선생과 송만갑 선생의 출생지이다. 명창 박초월 선생이 성장한 곳이기도 하다. 비전마을에는 태조 이성계가 고려 말 왜적에게 크게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황산대첩비가 세워져 남원의 최대 유적지로 손꼽힌다.
# 치유의 산행을 선물하는 지리산
남원 여행에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곳은 바로 지리산이다. 굽이굽이 우거진 산은 그 자체로 선망의 대상이지만 사람들은 종종 지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시험대로 삼곤 한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딛고 끝까지 오르면 어느새 정상에 다다르고, 숨이 넘어갈 듯한 고통 또한 어느새 짜릿한 희열로 바뀐다. 그 뿐이랴! 산 정상에서 맞이하는 시원한 바람과 확 트인 시야는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선물한다.
우리나라 백두대간 중 지리산은 많은 이들이 한 번쯤 꼭 오르고 싶어하는 갈망의 대상이다. 전북 남원, 전남 구례, 경남 산청·하동·함양에 걸쳐 있는 지리산은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바뀐다”는 곳이다.
지리산은 다양한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는 태고의 자연지이다. 최근 남원을 국내 허브산업의 메카로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경제적이고 지속가능한 허브생산시스템과 허브 관광기반이 구축되고 있다.
남원에 위치한 ‘지리산 허브 밸리’는 2005년 ‘지리산 웰빙 허브산업특구’로 지정된 이후, 용산리 일대 69만㎡에 허브테마파크와 29㏊의 허브재배단지가 들어섰다. 1,500여 종의 천연 허브 식물이 자생하는 지리산 허브밸리는 남원의 자랑거리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초본식물인 야생화를 입화로 제작하여 전시해 매년 관광객 수가 늘고 있다. 전시관이 아닌, 직접 자생 식물을 만나고 싶다면 트레킹을 추천한다. 사람들은 힘든 일이 있거나 치유가 필요할 때면 산에 오른다. 굳이 지리산 정상인 노고단에 오르지 않아도, 지리산의 때 묻지 않은 자연과 맑은 공기를 마신다면 충분한 힐링이 될 것이다. 뱀사골 등반과 남원의 주촌~운봉 구간, 운봉~인월 구간 지리산 둘레길은 남원에서 가까이 즐길 수 있는 지리산 트레킹 코스이다.
뱀사골은 기암절벽과 태고의 원시림 사이로 수많은 소와 폭포가 절경을 이루는 12㎞의 긴 계곡이다. 반야봉과 명선봉 사이의 울창한 수림지대를 맑은 물이 기암괴석을 감돌아 흐른다. 시원한 폭포 소리를 들으며 뱀사골을 따라 산을 오르다보면, 어느새 도시에서의 고민거리도 훌훌 털어버리게 된다.
지리산 둘레길인 주촌~운봉 구간은 지리산 서북능선을 조망하면서 해발 500m 운봉고원의 너른 들과 6개의 마을을 잇는 옛길이 지금도 잘 남아 있다. 10㎞의 옛길 중 솔정지와 구룡치를 잇는 내송~회덕까지의 옛길 4.4㎞은 길 폭이 넉넉하고 노면이 잘 정비되어 있으며 경사도가 완만하다. 운봉~인월은 9.4㎞의 코스로, 지리산 서북능선을 조망하고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운봉고원을 걷는 길이다. 주변에는 황산대첩비지, 송흥록의 생가 등 문화와 역사가 깃든 길이기도 하다.
# 보양식과 함께하는 남원 여행
지리산의 좋은 기운 때문일까? 전북 남원에는 유난히 소문난 보양식이 많다. 여름이 다가올수록 입맛도 없고 자꾸 늘어져 기운을 복돋아줄 보양식이 필요하다면 남원으로 떠나보자. 여름을 대표하는 보양식인 추어탕을 비롯해 지리산 흑돼지, 지리산 산채의 향연이 펼쳐진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추어탕은 우리 조상 대대로 즐겨먹던 보양식이다. 『본초강목』에는 “양기에 좋고 백발을 흑발로 변하게 한다”, “양사에 좋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추어탕에 대한 기록은 고려 말 송나라 사신 서긍이 쓴 『고려도경』에도 등장하지만 그 이전부터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추어탕을 보양식이라고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불포화지방산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으며, 비타민 중에는 비타민A의 함량이 많아 항암 작용도 뛰어나다. 또한 지방은 닭고기보다도 적지만 단백질이 쇠고기보다 많고, 칼슘은 멸치보다 월등하게 많다. 추어탕 한 그릇에 갖가지 영양이 듬뿍 담긴 것이다.
추어탕의 주재료는 미꾸라지이다. 몸통이 납작한지, 둥근지에 따라서 미꾸라지 혹은 미꾸리라고 부른다. 둥근 것이 미꾸리이다. 진흙 속에 몸을 박고 사는 미꾸리는 저수지나 논 등에서 서식한다. 자연산이 대부분이던 몸통이 둥근 미꾸리의 자리엔 최근 양식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사실 추어탕은 남원만의 별미는 아니다. 지역마다 다양한 조리법으로 독특한 색을 뽐낸다. 서울, 원주 등 각기 다른 추어탕의 특색이 있는 것이다. 서울의 추어탕은 미꾸라지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와 반대로, 지방은 미꾸라지를 푹푹 삶아 형태를 없애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라도는 미꾸라지를 푹 고아 형태를 없애는 것이 경상도식과 비슷하지만 시래기, 된장, 파를 넣고 끊여 맵고 얼큰한 것이 특징이다.
추어탕과 함께 남원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음식은 바로 지리산 흑돼지다. 흑돼지는 해발 500m 고원의 천혜의 환경에서 자라 품질과 맛의 품격이 다르다. 철저한 외부 출입통제를 통해 질병에 노출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있다.
지리산의 자연 그대로에서 자란 최고의 보양식이 하나 더 있다. 지리산 산채가 그 주인공이다. 산과 들에서 자생하는 식물 중에 먹을 수 있는 식물을 산채라 한다. 우리나라 산채의 종류는 민들레, 뽕잎, 다래순, 참나물, 엄나무순, 명이잎 등 약 850종류에 달한다. 지리산에서 나고 자란 산채는 남원의 진미 중에 진미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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