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계단이 대표적인 넛지 사례라고? 일상 속 숨은 넛지 사례를 찾아보자!
최근 서점가에 역주행 돌풍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009년에 출시되어, 한 서점에서 일주일동안 7권 정보 밖에 팔리지 않던 책이 하루만에 388권씩 팔리는 등 큰 인기몰이를 한 것인데요. 이 화제의 역주행 책 제목은 바로 ‘넛지(Nudge)’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탈러(Richard H.Thaler)가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넛지가 재조명받은 것입니다.
넛지는 경제학과 광고, 마케팅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개념일 텐데요. 이번 기회를 통해 관심을 가지신 분들을 위해 넛지란 무엇이고, 우리 실 생활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넛지는 ‘팔꿈치로 가볍게 옆구리를 찌른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옆구리를 쿡 찔러 행동을 변화시키듯 작은 개입만으로 사람의 행동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리처드 탈러가 새롭게 정의한 행동경제학 용어이기도 합니다.
넛지는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데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작용하고 있을까요? 이미 우리의 생활 곳곳에 자리 잡은 넛지들을 알아보겠습니다.
남자분들이라면 휴게소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 파리 모양의 스티커가 붙은 것을 자주 보셨을 겁니다. 이 파리 스티커는 넛지 효과를 대표하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
과거 공중 화장실의 경우 아무리 청소를 해도 소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 때문에 늘 불쾌한 냄새가 났습니다. 이것은 전 세계에서 공통된 이야기였죠. 그래서 휴게소 측에서는 ‘한 걸음만 더 가까이 와주세요.’나 ‘당신이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등의 명언 스티커를 붙이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첫 시도는 네더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이었습니다. 소변기 중앙에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붙였고 남성들은 파리를 향해 ‘조준’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80% 이상의 개선 효과를 보게 되었죠. 말로 설득하려 하기보다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 행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만든 사소한 넛지가 많은 인력과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고 있는데요. 또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매일 아침 피곤한 몸과 몽롱한 정신을 깨우기 위해 습관처럼 커피전문점이나 디저트숍을 찾는 분들 있으시죠? 액수가 크진 않지만. ‘나를 위한 소비’라는 합리화로 습관처럼 지출을 감행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푼돈이 쌓이면 적지 않는 액수가 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만,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죠.
이처럼 작은 습관 속 ‘금융’에도 넛지 사례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허기를 달래기 위해 찾는 간식이나 앞서 언급한 모닝 커피 금액을 자율적으로 저축하도록 유도하는 건 쉬운 금융 넛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해진 시간에 저축 금액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저축이 되게 유도하는 방식도 대표적인 넛지 사례입니다.
눈앞의 소비 유혹에 유독 약한 소비자들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금융 사례일 텐데요. ‘은근하고 부드러운 금융 속 개입’이 큰 돈으로 발전된다는 똑똑한 금융 넛지 사례가 아닐까요?
폭스바겐의 재미이론은 ‘재미’라는 요소로 넛지를 가한 대표적인 캠페인입니다. 친환경 자동차 폭스바겐 블루모션의 프로모션을 위해 진행한 이 캠페인은 간단히 말해 ‘계단을 소리가 나는 피아노로 바꾸어 사람들이 계단을 이용하게 만든다’는 내용입니다.
계단을 밟을 때마다 피아노소리가 나도록 만들자 사람들이 바로 옆에 있는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게 된 것인데요. 사용자들이 재미를 느끼도록 환경을 바꾸어 스스로 참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비슷하게 길거리 쓰레기통에 적용한 사례들로 있습니다. 길가에 쓰레기가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세워둔 쓰레기통이지만 정작 쓰레기통이 아닌 그 주변에 수북하게 쓰레기가 쌓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사람들이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던져서 집어넣으려고 한다’는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아예 쓰레기통을 ‘농구 골대’처럼 꾸미자 던지기에 실패한 사람들이 다시 쓰레기를 주워 제대로 골인시키려고 하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비슷하게 ‘수지가 좋아, 설현이 좋아’라는 주제의 투표함처럼 쓰레기 통을 배치해 효과를 본 케이스도 있습니다.
이밖에도 넛지는 사고를 예방하는 등 공익적 목적으로도 자주 활용됩니다. 국내에서 ‘옐로카펫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사례가 대표적인데요.
어린이들의 교통사고 중 80% 이상이 학교 횡단보도 근처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착안한 이 캠페인은, 사고의 주된 원인이 어린이들의 돌발 행동과 운전자들의 부주의라는 것을 인식하고 횡단보도 앞 대기구역과 벽을 노랗게 페인트 칠해 눈에 띄도록 만들었습니다.
거창한 장애물을 세우거나 안전 요원을 배치한 것도 아니었지만, 횡단보고 앞을 확실하게 구별되는 공간으로 만들자 횡단보도 앞에서 어린이가 대기할 확률은 약 91.4%까지 높아졌고 어린이 보행사고도 30%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 넛지로 세상을 바꾸다
넛지는 이미 사회의 전반에서 공익의 목표를 달성하고, 기업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넛지를 활용하기 위해 고민하는 분들이 있을 텐데요. 넛지를 활용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대상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싶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필수겠죠?
사람을 위하고 이해하는 더 많은 넛지들로, 사회와 경제가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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