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머니와 아이템에서 찾아낸 게임 속 경제학
요즘 출퇴근 길을 돌아보면 거의 모든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톡을 하거나, SNS를 하거나 게임을 하고 있는데요. 특히,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는데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게임은 아이들 또는 철없는 어른들이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일상생활의 활력소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일부 어른들은 아직도 게임을 낮추어 평가한다지만, 이제 게임은 우리 생활 밀접한 곳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국가 발전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특히 경제와 관련된 부분에서 말이죠. 게임 속 몰랐던 숨겨진 이면, 게임의 경제학입니다.
과거에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게임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했지만, 요즘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게임 속에 녹아있는 경제학과 사회관계를 통해 배우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인데요. 적당히 즐길 경우 사회와 경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 질 수 있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게임 속 경제학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수요와 공급의 법칙
대부분 RPG에서 아이템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결정됩니다. 희귀한 아이템들은 게임 내 상점 판매 가격이 게임머니 1,000원임에도 불구하고 유저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게임머니로 수백, 수천만원인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템 성능은 좋지만 희귀하지 않을 경우 ‘국민 템’이라 불리며 저렴한 가격이 형성됩니다. 물론 희귀도라는 것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공급이 많더라도 수요가 그보다 훨씬 많다면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 모든 아이템의 가격은 누가 정해준 가격이 아님에도 저절로 형성되곤 하는데요. 이것을 통해 간접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대해 배우고 이해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이런 게임 속 상황들을 빗대어 설명할 경우 관련 학습효과가 30~50%가량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게임에서는 기본적으로 몬스터를 사냥하면 무한정으로 게임 내 재화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자칫 유통되는 재화의 양이 과도해지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템의 가격이 폭등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죠. 따라서 유통되는 통화량을 조절, 회수할 수 있는 기능들이 존재하는데요. 예를 들어 꼭 상점에서만 살 수 있는 소모품이라든지, 경매 수수료, 강화 수수료 등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게임 내에 유통되는 통화량을 조절하게 되는데 과도할 경우 게임머니의 씨가 마르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적절한 밸런스 조절이 필요합니다. 유저들은 이와 같은 게임사의 밸런스 조절에 적응하며 시장 경제의 흐름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3. 과금 방식의 변경과 접근성
게임의 경제학은 게임의 과금 방식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과거의 게임 내 과금 방식은 ‘파레토 법칙’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파레토의 법칙이란, 상위 20%가 80%의 결과를 낸다는 것입니다. 즉, 게임에서는 상위 20%의 구매자가 전체 매출의 80%를 발생시킨다고 볼 수 있는데요. 특정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야만 강해질 수 있도록 하여 상위 유저들 간의 경쟁을 붙이고, 지속적인 현금 소모를 부추기는 방식을 취한 것입니다. 그 때문에 한 달에 게임에만 수백, 수천만원을 투자하는 게이머들이 뉴스에 나오기도 했죠.
그러나 최근의 과금 방식은 파레토의 법칙보다 롱테일 법칙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롱테일 법칙은 길게 늘어선 꼬리, 즉 하위 80%의 구매력을 더하면 상위 20%보다 높아진다는 것인데요. 이는 최근 게임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큰 금액의 현금 결제를 유도하여 거부감을 일으키기보다, 더 많은 이들을 모객하여 소액 결제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과거 게임 내 캐릭터의 성능에 영향을 주던 캐시 아이템들이 이제는 성능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외형을 바꾸는 정도의 아이템들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과금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자발적으로 구매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아이템을 출시하는 것이죠. 과금 체계의 변화 역시도 더 많은 수익구조를 찾아가는 자본주의 경제학의 영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게임은 사회경제에 대한 간접적 지식습득과 체험을 역할도 하지만 실제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이 발표한 2017년 콘텐츠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5년간 수출된 우리나라 콘텐츠 가운데 게임이 수출액의 54.6%를 차지했는데요. 이것은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케이팝이나 드라마 등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쩌면 전 세계에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가장 널리고 있는 한류는 게임일지도 모르겠네요. 또한, 그 총액에 있어서도 2017년, 약 6조원에 달하면서 한류 대표 상품인 화장품을 제치고 전체 수출품목 순위 15위에 올랐습니다.
게임에 대한 편견은 No! 적극적인 활용법을 찾아야 할 때
이제 게임은 단순히 애들이 즐기는 놀이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대한 산업이 되었고, 매년 더 크게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학습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 아이들에게 게임을 접목한 학습방법들이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기도 한데요. 시대가 바뀌어 가고 있는 만큼, 게임에 대한 편견은 버리고 더 적극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들을 창출해내며 발전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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