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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컬쳐

서울 도심 핫 플레이스,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by 하나은행 2019. 8. 27.
Hana 컬쳐

서울 도심 핫 플레이스,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by 하나은행 2019. 8. 27.

여러분은 샤로수길, 망리단길, 송리단길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서울의 대표 핫 플레이스 중 하나였던 가로수길과 경리단길의 뒤를 이어 새롭게 부상한 서울 도심의 핫 플레이스입니다. 소위 말하는 ‘뜨는 동네’인 거죠.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SNS가 주된 소통 매체로 자리잡은 요즘은 다양한 SNS를 통해 간접경험을 하게 되면서 점점 더 ‘뜨는 동네’와 ‘지는 동네’의 주기가 짧아지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인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Gentrify(고급화하다)의 어원을 가진 젠트리피케이션은 1964년 지리학자 루스 글래스(Ruth Glass)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낙후되었던 런던의 주거지역에 중상층 이상의 사람들이 들어오게 되면서 개발과 보수, 고급화가 이뤄지고, 원래 거주하던 노동계층이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런던 밖으로 내몰리게 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이제 런던을 넘어 전 세계곳곳에서 지역 가치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활발히 다뤄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우, 1990년대부터 도시연구자들과 사회과학자들의 연구주제로 다뤄지다 2000년대 중반부터 언론과 매체를 통해 확산되면서 대중의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어떤 모습인지 서울의 사례들을 바탕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주거 젠트리피케이션


# 서촌, 북촌
서촌과 북촌을 중심으로 한 전통가옥 주거지역은 오래된 주택들이 수리∙개조되면서 외지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어 한국의 대표적인 주거 젠트리피케이션 사례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 한남동
개발이 지체되어 낙후된 주거지로 남아있었던 한남동 일대도 유사한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가구∙다세대 주택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트렌디한 음식점과 부띠크샵으로 바뀌면서 상업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2.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 삼청동
서울에서 공시지가가 가장 낮은 낙후지역이었던 삼청동은 1990년대 인사동 인근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들이 이동하기 시작하며 빠르게 상업화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 예술적 수공업 생산활동이 가능했던 삼청동의 상점들은 대형 프렌차이즈 업종으로 대체 되었습니다.

# 경리단길
육군중앙경리단에서부터 하얏트 호텔 입구까지의 경리단길은 저렴한 임대료로 찾아온 젊은 계층들에 의해 이국적이고 독특한 가게들로 상권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젊은 세입자들이 떠난 자리에 대기업 프렌차이즈 업종이 유입 되었습니다.

# 가로수길
3호선 신사역에서 현대고등학교 앞에 이르는 2차선 은행나무 길을 일컫는 가로수길은 다양한 카페와 의류 편집샵, 디자이너 상점이 모인 이국적 장소로 유명해졌습니다. 그러나 국내외 관광객들의 유입이 급증하면서 대기업 브랜드 마케팅의 장소로 변모하였습니다.

 

3. 문화∙예술 젠트리피케이션


# 인사동
조선시대 지필묵 거리에서부터 광복 이후 고미술품 시장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대표 문화활동 공간이었던 인사동은 그 고유한 문화∙예술적 특성으로 인해 관광객의 유입이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이는 곧 임대료의 상승으로 이어졌고 현재 인사동의 대표 업종은 음식점, 기념품점, 화장품점 등으로 대체되었습니다.

# 홍대
홍대입구는 1955년 홍익대학교 이전 이후 1980년대까지 미술학원, 작업실, 화랑 등 미술문화지역을 형성하였습니다. 여기에 1990년대 인디밴드 공연, 클럽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젊은이들의 성지가 되었습니다. 젊은이들이 모이자 홍대 정문을 중심으로 대형 프렌차이즈 매장이 입점하게 됩니다. 그 결과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게 된 미술, 영상 등 예술인들은 인근의 상수, 합정, 망원, 연남동 지역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성수동
서울숲과 한강이 인접한 성수동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를 바탕으로 2012년부터 사회적 기업·단체, 예술가, 문화활동가, 청년 창업가 등이 입주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SNS와 언론매체 등에 집중 소개되고 젊은 층 사이에서 뜨는 동네로 알려지게 되면서 외지인들의 건물매입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이 가속화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전치(Displacement) 현상이란, 중상층 또는 민간 자본의 유입으로 기존에 점유하던 원주민 또는 상공인들이 비자발적으로 이주해야 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특히 서울의 상업, 문화∙예술 젠트리피케이션의 경우 해당 지역의 상권 형성 및 지역가치 상승에 기여했던 창의적인 예술인 및 소상공인들이 대형 자본의 유입으로 강제퇴거되고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다양성이 퇴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시되고 있습니다.

 

상생과 협력의 해법을 찾아라! 공존가능성


2004년 프랑스 파리시는 총 11개 사업지구에 있는 1층 상점과 토지에 대한 선매권을 받아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비탈 카르티에(Vital’ Quartier)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보호상업가 내의 공실이나 매물로 나온 상가를 매입, 수리한 후 지역 소상공인이나 수공업자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인위적으로 국가나 지자체가 임대료 인상을 막거나 제한하는 방법은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으며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상생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을과 상인을 하나의 협력 공동체로 인식해 나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 일관된 정책 그리고 상호간의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