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사람의 뇌까지 변형시킨다? 경제력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옛 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개인의 노력이나 재능만으로 환경을 극복하는 경우를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는데요. 실제로 가난한 환경이 뇌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실시된 고등학교 1학년 학업탄력성 분석에서는 상위권 100명 중 저소득층이 단 3명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는데요.
경제력은 우리 두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하나은행 1Q블로그와 함께 ‘가난한 뇌’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난한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뇌의 발달을 방해하고 지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뇌과학 연구에서 꾸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난 자체가 뇌 기능을 떨어뜨리는 절대적인 요인은 아니지만 스트레스에 취약하도록 만들고, 기억력이나 집중력, 사고력, 언어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인데요.
한 미국 심리학회 연구에 따르면 가난한 집 아이들의 뇌 신경회로 연결 상태가 부잣집 아이들보다 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집단의 뇌 해마와 소뇌 편도체가 차이를 보인 것인데요. 해마는 학습과 기억, 스트레스 조절에 관여하며, 편도체는 정서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가난할수록 학습과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우울증이나 반사회적 행동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해당 연구팀의 추론이었습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소개된 논문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결과가 나왔는데요. 미국 어린이와 청소년 1,000여 명의 뇌를 분석한 결과 넉넉한 가정 환경의 아이는 가난한 집 아이에 비해 대뇌피질 면적이 6% 넓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부모를 둔 아이의 대뇌피질 면적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부모의 아이보다 3% 넓었는데요. 대뇌피질은 고차원 인지 처리를 담당하는 곳으로, 넉넉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의 기억, 집중, 사고, 언어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고 해당 논문은 밝혔습니다.
몸에 필요한 필수 영양분을 챙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환경에서 성장한 뇌는 성인이 된 이후 소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세계 3대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에 따르면, 미국 에머리대 연구진의 영양 연구 추적 결과 1~3세에 고단백질 음식을 먹은 여성 아이는 성인이 됐을 때 대부분 고학력자가 됐으며, 남성보다 많은 월급을 받고 있었습니다.
또 가난한 환경일수록 합리적인 결정에서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게 뇌과학자들의 분석입니다. 소득 수준이 높은 부자일수록 돈을 사용할 때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잘못된 선택으로 가난한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판단을 내리는데요. 가난할수록 뇌의 인지 능력이 떨어져 비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부자는 부자가 되는 선택을, 가난한 사람은 가난해지는 선택을 내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와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영국 워릭대 경제학과가 2013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공동 발표한 논문 결과를 보면, 이런 현상의 원인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연구진은 미국 뉴저지주 쇼핑몰에 쇼핑하러 온 400명을 무작위로 뽑아 연 소득 7만 달러 이상인 사람과 2만 달러 이하인 사람으로 나눴습니다. 이후 경제 의사 결정에 대한 간단한 논리테스트를 해봤는데요.
결과적으로 소득이 높은 그룹의 문제 해결력이 소득이 낮은 그룹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스트레스 상황에 빚을 갚아야 하고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는 사실 등에 압박을 받으면서 뇌가 과부하 되고, 생산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진다고 하네요.
희망적인 사실은 노력에 따라 우리의 뇌가 얼마든지 긍정적으로도 변화할 수 있다는 연구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경심리학 권위자인 릭 핸슨은 자신의 저서 『행복한 뇌 접속』에서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경험에 관심을 쏟을수록 뇌가 긍정적으로 변화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두뇌가 경험에 의해 변화하는 ‘신경가소성’을 이용하는 것인데요.
책에 따르면 사람이 갖고 있는 주요 욕구가 충족되면, 뇌의 운영체제가 ‘공감 모드’로 설정된다고 합니다. 결핍으로 인해 불안했던 상태가 공감 모드로 바뀌면 만족감과 성취감, 감사와 이완, 평안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타인과 소통하는 기분을 느낄 때 뇌의 애착형성 시스템이 공감 모드로 전환돼 자존감, 소속감 등을 가질 수 있는데요. 공감 모드에서 뇌는 엔도르핀과 오피오이드를 만들어내고, 신체의 에너지를 손상시켰던 스트레스를 없애줍니다.
아울러 안정적인 뇌를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10초 훈련’을 추천해 드리는데요. 좋은 경험을 뇌 속에 깊이 각인하는 훈련입니다. 아무리 좋은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긍정적인 심리를 붙잡아 놓지 않으면 뇌를 스쳐가 버릴 뿐인데요. 긍정적인 심리를 10초만이라도 충분히 느끼려 노력한다면, 뇌가 한층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하나은행 1Q블로그와 함께 경제력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타고난 배경에 따라 평생의 경제력이 결정된다는 생각 탓에 회의감에 빠지는 분들이 많은데요. 오늘 소개해드린 내용을 계기로 우리를 가난한 환경으로 이끄는 뇌의 함정에서 벗어나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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