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가격이 오른다? 팜유 파동이 가져온 변화
라면, 과자 등 식료품을 살 때 포장지를 살펴보면 원재료명에서 ‘팜유’ 표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팜유는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가공식품과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핵심 재료입니다. 이런 팜유 가격이 올라간다면 우리 생활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요. 실제로 2022년 4월 28일 인도네시아 정부가 팜유 수출 금지령을 내리며 팜유 파동이 일어났습니다. 오늘은 ‘팜유 파동이 가져온 변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NO1. 식용유 팜유
팜유란 기름야자 나무 열매를 재료로 삼는 식물성 기름입니다. 초콜릿,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넓게는 화장품, 세제, 바이오디젤, 치약, 샴푸, 립스틱 등을 만드는 데도 활용됩니다.
팜유는 고온에 강하고, 장기 보관이 가능해 그 활용성이 매우 높은데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높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팜유 1톤(t)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0.25ha 크기의 토지가 필요한데 이는 콩기름보다 8배, 카놀라유보다 5배 좁은 크기입니다. 즉 다른 식용유보다 좁은 땅에서 더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팜유는 전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팜유는 전 세계 식물성 기름 소비량의 40%를 차지하며, 그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팜유 수요량이 2025년에는 최대 4억 7,000만M/T(메트릭톤, 중량 단위로 1,000kg을 1톤으로 하는 중량 단위)에 달하며 2020년에 비해 최대 6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내에서도 팜유 소비량이 많은데요. 농림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팜유 연간 소요량은 20여만톤 수준으로 국내 식용유 중 2번째로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다고 합니다.
# 팜유 가격의 고공행진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고 생활용품의 주요 원료인 만큼 전 세계가 팜유 가격을 주목하고 있는데요. 우크라이나에서 발발한 전쟁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금지가 더해지며 팜유 가격이 한동안 상승세를 유지했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2년 3월 수입 팜유 가격은 1톤(t)당 1,453달러(약 184만원)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 최대의 해바라기유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인해 해바라기유를 더 이상 수출하지 못하게 되면서 대체재인 팜유의 수요가 폭등했는데요. 국제 시장에서의 팜유 가격이 오르자 세계 최대의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 팜유 업체들은 수출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인도네시아 자국 시장에서도 팜유 품귀 현상이 생기며 인도네시아 국민들조차 팜유를 쉽게 살 수 없는 상황이 빚어졌습니다. 인도네시아 무역부에 따르면 2022년 4월 팜유의 가격은 리터(L)당 2만 6,000루피아(약 2,234원)를 웃도는 수준까지 상승했다고 합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국 팜유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팜유 수출 금지 조치령을 내리고, 가격이 리터(L)당 1만 4,000루피아(약 1,230원)로 내려갈 때까지 팜유와 그 파생상품의 수출을 일절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팜유 수출 금지 조치로 인해 세계 시장에서는 팜유 가격이 폭등했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내수 시장에서의 식용유 폭등도 잠재우지 못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팜유 폭등 당시 국내 팜유 업체들에게 보조금 지급(내수시장 평균 수익률 17.4%)을 약속하며 자국 내 시장에 충분한 팜유를 제공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었는데요. 보조금 지급 절차가 까다로워 기대와는 다르게 팜유 업체가 내수 시장에 충분한 물량을 풀지 않았고 이는 내수 시장의 팜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식용유를 확보해 시민들에게 보급하겠다는 식품조달청의 계획 역시 발표만 있었을 뿐 그에 따른 행정적 절차는 진행되지 않으며 인도네시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었습니다.
# 팜유 파동의 영향
전 세계적인 팜유 대란은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관세청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4월 우리나라가 수입한 팜유의 56%가 인도네시아산인데요. 팜유의 절반 이상을 수출 금지령이 떨어진 인도네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상황이었기에 정부에서 2022년 5월 18일 식용유 수급 상황에 대한 점검 회의를 진행할 정도로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화장품을 비롯한 생활용품 업계에서는 원재료 상승으로 인한 영업이익 손실을 막기 위해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도 했습니다. 화장품 ODM 기업 C사에서는 팜유로 만든 글리세린의 가격이 1,930원으로 2021년보다 12.2%로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이렇듯 원자재 가격이 변동되자 생활용품 기업 L사에서는 16.6%에 달하는 영업이익 손실을 경험하며 제품 80여 개의 가격을 10%가량 인상 조치하였습니다.
치킨, 라면 등 팜유를 사용한 가공식품들의 가격도 잇달아 올랐습니다. 특히 치킨 업계에서는 밀가루 가격 상승 등 원부자재로 인해 한차례 가격을 인상한 바 있는데요. 팜유 파동이 더해지며 가격이 더 상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K사는 2021년 11월 최대 2,000원 가격을 인상했고, B사도 2022년 5월 2일부터 2,000원 인상한 바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 심리지수를 의식하며 추가적인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원재료 확보를 위해 팜유 파동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팜유 파동의 영향으로 대체제인 다른 식용유 가격도 역시 상승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 서비스(가격정보 종합 포털)에 따르면 O사의 콩기름 가격이 2021년에 비해 33.8% 상승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 사이에서 식용유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며 대형마트와 이커머스에서는 한시적으로 식용유 구매 제한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 팜유 파동 대응 전략
결국 전 세계적인 식용유 물량 부족 현상, 국내 팜유 업계의 반발로 인해 팜유 파동은 2022년 5월 23일부로 끝이 났습니다. 팜유 수출 재개에 나서며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 가격도 17,200 ~ 17,600루피아(약 1,496~1,549원) 수준까지 하락하며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국내 식용유 수급 및 가격이 안정화될 것으로 보며 변화 추이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이번 팜유 파동으로 큰 타격을 입었던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인도네시아산 수입 의존도를 낮추어갈 계획을 밝혔습니다. 또한 세계 2위 팜유 생산국 말레이시아에서는 팜유 파동을 기점으로 수출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팜유에 대한 수출세를 인하하며 국제시장에 팜유를 적극적으로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팜유 수출세를 8%에서 4%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해당 안건은 2022년 6월 초에 확정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편, 국제연합(UN)은 더욱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착수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은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가 세계로 곡물과 기름을 수출할 통로를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등 팜유 파동을 불러일으킨 배경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하나은행 1Q 블로그와 함께 팜유 파동이 가져온 변화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팜유는 우리 생활에 깊이 녹아있는 소중한 원재료입니다. 전쟁과 수출 금지령으로 인해 생긴 팜유 파동으로 특정 국가의 문제가 전 세계에 얼마나 큰 여파를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팜유뿐만 아니라 여러 원자재의 가격이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세계 동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가져야겠습니다.
'Hana 컬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 사고 나중 결제! 온라인 외상거래 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 (0) | 2022.06.09 |
---|---|
아파트 재건축으로 새로 태어나는 1기 신도시 (0) | 2022.06.07 |
신나는 인생 2막! 액티브 시니어의 등장 (0) | 2022.05.31 |
소액으로 가능한 부동산 투자! 리츠 투자의 모든 것 (0) | 2022.05.26 |
SF영화가 일상이 되다? 차세대 네트워크 6G 시대 (0) | 2022.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