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환테크! 엔화에 사람들이 몰려든 이유
수년간 유지해오던 ‘100엔=1,000원’ 공식이 깨지며 엔화의 가치가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2022년 6월 7일 기준 환율이 100엔당 947원까지 떨어졌는데요. 외환 시장에서는 원화와 비교했을 때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엔저 현상이 2018년 이후 약 4년 만에 나타났다며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엔화에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엔저 현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안전자산 엔화의 추락
국제 금융시장에서 엔화는 금융시장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이 거의 없는 ‘안전자산’으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은 금, 달러, 스위스 프랑 등으로 시장가격의 변동 혹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자산 가치의 하락, 이자나 원리금 상환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채무불이행위험 등으로부터 안전한 것이 특징입니다. 엔화는 2008년 리먼 사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20년 코로나 대유행과 같이 세계 경제가 침체하거나 재해같이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흔들리지 않는 명실상부 대표 안전자산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 상황이 되면 투자자들이 엔화에 자연스럽게 몰려들었습니다.
엔화가 안전자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이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글로벌 제조업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1년 기준 세계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5조 1,031억달러(6,409조 4,936억원)에 달하는 전 세계 3위 경제 대국입니다. 수출 및 내수 시장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은 해외 금융 및 실물자산에 투자되는데요. 외화 보유 수준은 2021년 기준 1조 4,058억 달러(1,765조 8,235억원)로 무려 전 세계 2위 수준입니다. 경제 호황 시기에는 막대한 자금이 해외 시장에 투자되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및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불황 시기에는 다시 국내 시장으로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엔화 가치는 경기 불황일 때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탄탄한 자산을 보유한 경제 대국인 만큼 30년간의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엔화는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해 왔는데요. 그런데 엔화의 가치가 무려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엔화의 가치가 몰락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2022년 고시 환율에 따르면, 3월 7일 1,069.16원이었던 엔화의 가치가 4월 7일 985.74원, 5월 6일 975.36원, 6월 7일 947.55원으로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습니다.
# 엔저 현상의 원인
엔화의 가치 하락의 주요 원인은 일본 정부의 금융완화정책입니다. 일본 정부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 조치와 관계없이 마이너스 대의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조치를 한 것은 40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서입니다. 2022년 5월부터 금리를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진행하는 등 금리 인상, 양적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요. 통상적으로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게 되면 다른 나라에서도 자국 화폐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립니다. 이번에도 여러 나라에서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 일본은 이와 반대로 -0.1%의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며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엔화의 가치를 낮추고, 수출을 늘려 경제를 살리겠다는 입장입니다. 일본재무성에 따르면 2021년도(2021년 4월 ~ 2022년 3월) 일본 무역 수지는 5조 3,749억엔(약 51조 6,000억원) 적자였습니다. 2020년 대비 수출이 23.6% 증가하며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등으로 수입도 함께 늘며 적자가 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엔화 가치를 낮추면 가격 경쟁력이 커져 무역 수지가 흑자로 전환되고,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본 것입니다.
# 떠오르는 엔화 환테크
엔화의 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지자 투자 목적으로 엔화를 사들이는 환테크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환테크란 환율과 재테크의 합성어인데요. 즉 엔화를 싸게 사두었다 이후 비싸게 팔아 환차익을 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한 2022년 3월 우리나라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2022년 2월보다 약 638억엔(6,045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 4월 28일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은 총 6,044억엔(5조 7,266억원)으로 2021년 4월보다 약 22% 증가했습니다.
환테크를 하는 방식은 크게 외화지갑, 외화통장, 외화 ETF상품이 있습니다. 이중 가장 일반적인 환테크 방법은 외화통장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원화통장과 마찬가지로 수시입출금통장, 예, 적금 통장이 있으며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환율변동에 따른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어 환테크를 위해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상품입니다. 투자자들은 달러 강세가 끝날 때까지 엔저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며 엔화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 엔저의 경제적 영향
전문가들은 엔저 현상이 지속됨에 따른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데요. 엔저 현상이 일본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22년 2월 일본의 기업물가지수는 2021년 2월 대비 9.3% 수준이었던 반면 소비자물가는 0.9% 수준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KB증권에서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엔화를 안전자산으로 유지시켜주는 요인이었던 일본의 해외 자산이 2012년 이후 25% 감소했기 때문에 엔화의 안전성 역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본 내부에서도 일본 기업들이 해외 공장을 늘리며 엔저로 인한 수혜를 보기 어렵고, 유가 상승으로 인해 오히려 역효과만 낳는다는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웃 나라인 일본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하는데요. 다행히 수출 업계에서는 엔저 현상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1970년대 산업화 시대에서는 수출 품목이 비슷하여 엔저 현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지만, 일본과 경쟁하는 품목이 줄어든 지금은 일본 엔화 가치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엔화 못지않게 원화의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에 일본 수출 물품과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엔화의 가치가 18% 하락하는 동안 원화의 가치는 11% 하락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하나은행 1Q 블로그와 함께 엔저 현상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저금리 시대에 재테크하기 위해서는 위기 속 기회를 찾아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이를 기회로 보고 투자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단순히 다른 사람들이 투자한다고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경제 안팎의 사건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엔저 현상이 계속 유지될지 내다보며 전략적인 투자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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