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나를 표현하는 예술적 취미, 분재
100년, 200년 이상된 소나무는 눈으로 보는 즐거움 외에도 심리적인 안정감과 경외심을 준다. 고목을 집안에서 즐겨 보고 싶다면 줄기, 가지, 잎, 꽃, 열매 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분재가 해답이다. 나무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분재의 세계로 안내한다.
글 여경미 기자 | 사진 Jphoto
가지는 휘어지 파란 잎은 기상이 느껴진다. ‘작은 화분 속 노거목의 향연’이라 불리는 분재가 일반 화분 가꾸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연의 웅장함에 창작을 더해 어떤 예술작품보다 예술적인 힘을 가진다는 것. 최근 분재를 취미로 삼고 있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분재의 매력에 빠진 이들은 하나같이 취미를 가진 후 성격이 변했다고 말한다. 박태곤 씨(57) 역시 마찬가지다.
“흙냄새, 잎에 맺히는 물방울, 새로 돋아나는 어린 싹 등을 관찰하다보니 집중력도 좋아지고, 정성스럽게 가꾸면서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을 배운다”고. 마른 가지가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의 섭리에 저절로 겸손해지기도 한다.
박씨는 열심히 가꾸지 않으면 싹을 틔우고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없으니 게으름은 저절로 벗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힘들고 괴로울 때, 스트레스로 지칠 때 보고만 있어도 자연 휴양지를 찾은 듯 안식처가 된다”고 말했다. 취미 덕분에 여유와 평화로운 삶을 얻는 셈이다.
# 분재를 잘 키우는 방법은 정성뿐
진정한 분재란 최대한 자연스럽게 고목다운 운치를 풍겨야 한다. 여기에 한국 고유의 정서와 문화까지 담고 있다면 금상첨화. 분재를 키울 때는 무엇을 감상하고 싶은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 단풍나무, 소사나무, 느티나무, 버드나무 등은 잎을, 매화나무, 벚나무, 동백나무, 치자나무, 석류나무 등은 꽃을, 산수유나무, 대추나무, 비파나무, 모과나무 등은 열매를 감상할 수 있다. 감상하고 싶은 것에 따라 키우려는 분재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방식에 따라서 분재의 종류는 세분화되는데, 보통 산에서 오래 묵은 덩치 큰 나무를 캐어다가 분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식물의 줄기 일부분에서 뿌리가 뻗어 나온 것을 떼어내는 ‘취목’, 산에서 캐오는 ‘산채’, 씨를 뿌리는 ‘실생번식’ 등도 많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분재는 관상용이 아니다. 한번 심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아야 한다. 살아있는 생명을 다루는 만큼, ‘자연을 해치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성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만큼 예민해 자칫 시들어 버릴 수 있다.
그렇다면 분재를 잘 키우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 전문가들은 “다양하게 키워보겠다고 욕심내기보다는 종류를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한두 종류로 여러 그루를 키우면 두세 그루 키울 때보다 나무의 개성을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취미를 넘어선 삶의 방식인 분재
제대로 된 분재는 시기에 맞게 분갈이, 물주기 등을 해야 탄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분갈이는 1년에 1번씩 봄철에 물 빠짐이 좋은 산모래(미사토)로 한다. 여기서 기억할 점은 분갈이를 할 때는 새로운 흙으로 갈아야 한다는 것. 밑바닥에는 산모래와 같은 알갱이가 굵은 것을 깔고 그 위에 층층이 가는 것, 보다 가는 것 순서로 덮어 나무를 고정한다.
분재의 미는 적절한 균형과 조화이다. 나무가 지나치게 커지지 않게 순을 떼어주거나 줄기의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줄기의 방향은 철사감기로 잡아준다. 멋스러운 느낌을 주고자 치솟은가지를 아래로 떨어뜨리고 싶다면 철사로 수형을 고착시켜 보자. 이렇게 1~2년이 지나면 자신이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 반대로 무리한 철사감기는 오히려 나무를 쇠약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통풍과 물주기 역시 우아한 분재를 만드는데 중요한 요인이다. 분재는 종일 햇빛을 받고 공기 흐름이 활발한 장소에서 잘 자란다. 혹 주위가 막힌 베란다나 실내에 가둔다면 원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없다. 또한 물은 화분의 흙이 말랐을 때 한 번에 흠뻑 줘야 한다. 적은 양의 물을 찔끔찔끔 주게 되면 화분의 겉흙만 젖을 뿐 안쪽 흙은 마른 상태가 지속돼 뿌리 전체에 수분 공급이 되지 않는다. 또한 식물의 잎이 말랐다고 해서 무조건 물을 줘서는 안 된다. 물 빠짐이 불량하면 뿌리가 썩기 때문이다.
분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분재는 취미를 넘어선 삶의 방식”이라고. 사랑하는 연인에게 언제 어디서나 관심을 가지듯, 일터와 집 어디에서든 애정을 쏟는다면 분재는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삶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혼자 키우기가 어렵다면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해보자. ‘분재 카페(cafe.naver.com/bonsaicafe)' 등을 이용한다면 훨씬 쉬워진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가입비나 회비도 따로 없다. ‘분재 카페’는 전문가부터 초보자까지 전국에 걸쳐 9,000명의 회원이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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