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은 한 달에 얼마를 쓸까? 각양각색 부자 소비 라이프
우리는 흔히 부자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지에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부자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를 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아낌없이 큰돈을 지불하는 부자가 있는가 하면, 자린고비도 혀를 내두를 만큼 검소한 생활을 이어가는 부자도 있습니다. 부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곳에 돈을 쓸까요? 오늘은 하나은행 1Q블로그와 함께 부자들의 다양한 소비 라이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의 재산은 대략 790억 달러(한화 93조 원)로 추정됩니다. 페이스북의 주가에 따라 순위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세계 최고 부자들을 꼽을 때면 항상 10위권 안에 들 정도죠. 저커버그의 연봉은 단 1달러에 불과하지만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비용은 회사에서 책임진다고 합니다.
지난해 공개된 저커버그의 경호 비용이 한동안 화제가 되였었는데요. 페이스북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저커버그의 경호에 사용된 비용은 무려 2,260만 달러(약 281억 원)라고 합니다. 전년도 비용인 900만 달러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가족이 사는 집에도 1,000만 달러(약 113억 원) 상당의 보안 설비가 갖춰져 있다고 합니다. 저커버그는 이슬람 과격 테러 단체인 ISIS의 표적으로 지목된 바 있는데요. 자신과 가족이 다양한 위험에 노출된 만큼 안전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라마다 부자들의 소비 성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중국 부자들의 경우 해외 사치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들은 ‘야오커(자산 규모가 1,000만 위안 이상인 핵심 고객을 의미)’라 불리며 전 세계 사치품 소비의 약 4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사치품에 소비하는 돈은 2013년 1,000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요. 중국 야오커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부자들은 2018년 한 해 동안 해외 사치품 소비에 약 1,457억 달러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반면 과시적 소비보다는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부자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OTRA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연간소득이 26만 달러 이상인 '부자 소비자들(Affluent Consumers)'의 경우 럭셔리 브랜드보다는 품질이 좋고 트렌디한 제품을 더 선호한다고 하는데요. 미국의 부자들 사이에서는 과시적인 소비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라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부자들은 어떤 소비 트렌드를 갖고 있을까요?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펴낸 '2019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부자들의 가구당 월평균 지출액은 1,226만 원(2017년 기준)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일반가계의 월평균 지출액(332만 원)에 비하면 3.7배 많은 수치입니다.
보고서의 지출항목을 살펴보면 한국의 부자들이 어떤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데요. 응답자의 72%가 문화 및 레저 비용을 늘릴 것이라고 응답했고, 의료비 및 의약품비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사람도 36%를 차지해 한국의 부자들은 감성적 즐거움과 건강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반면 응답자의 47%가 의류 및 잡화 비용을 줄이고, 42%가 외식 비용을 줄일 계획이라고 응답했는데요. 기본적인 지출 이외에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쓸 때는 쓰지만, 아낄 때는 확실히 아끼는 것도 한국 부자들의 특징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가계 동향조사’에서 월 소득 700만 원 이상 가구의 소비 증가율은 -2.3%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가구의 -0.9%보다 더 높은 수치입니다. 고소득 가구가 가장 많이 지출을 줄인 부문은 의류(10.4%), 주류(8.6%), 서비스(8.5%) 등인데요. 높은 소득을 올리는 가구일수록 침체된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침체된 경기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한국 부자들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부자들 역시 지갑을 닫고 있는데요. 미국의 부동산 중개회사 ‘레드핀’에 따르면 150만 달러 이상의 고급 부동산 판매량이 6분기 연속 감소 중이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이라고 합니다. 미술품 경매의 경우도 세계적 경매회사인 ‘소더비’가 10%, ‘크리스티’가 22% 감소하며(2019년 상반기 기준) 경기 침체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 부자들의 명품 사랑도 한풀 꺾일 예정입니다. 미국의 한 시장 조사 전문 업체가 중국 부자 1,5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0%가량이 ‘올해 명품 소비를 줄일 예정’이라고 답했는데요. 이번 조사가 코로나-19 확산 전인 지난해 12월에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현재의 소비 욕구는 더 낮아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슈퍼리치라고 해서 모두가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지 포브스가 꼽은 세계 3위의 부자 ‘워런 버핏’은 항상 맥도날드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는데요. 전날 증권시장에서 수익을 냈다면 3.17달러(약 3,500원)짜리 세트를, 주가가 하락해 돈을 잃었다면 2.61달러(약 2,900원)짜리 세트를 주문합니다. 3,500원이 그가 누리는 최고의 사치인 셈이죠. ‘빌 게이츠’와 홍콩 여행 중 한턱 내겠다며 맥도날드로 데려가 무료 쿠폰으로 계산한 일화는 검소한 ‘워런 버핏’의 일상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롤모델로 꼽은 ‘척 피니’는 면세점 체인 ‘듀티 프리 쇼퍼스(Duty Free Shoppers)’의 창업자입니다. ‘척 피니’는 경제인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계산하지 않으려고 일찍 자리를 뜨는 등 구두쇠 기업가로 유명했는데요. 기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공개된 회계장부에서 그가 40억 달러(약 4조 4,000억 원)에 이르는 금액을 익명으로 기부해왔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척 피니’는 지금도 임대 아파트에서 살면서 1만 4,000원짜리 시계를 차고 다니는데요. 자동차도 없이 버스로 이동하는 그의 모습에서 부자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지금까지 하나은행 1Q블로그와 함께 세계 각국 부자들의 다양한 소비 라이프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라는 속담처럼 이제는 돈을 버는 방법뿐 아니라 쓰는 방법까지 고민해야 진정한 부자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현명한 소비로 이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끼치는 부자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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