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걱정을 색칠로 지우다, 아트테라피 '컬러링북'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사물의 밝고 어두움이나 빨강, 파랑, 노랑 따위의 물리적 현상 또는 그것을 나타내는 물감 따위의 안료
색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어떤 단어든 한 두 문장으로 결코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 없지만, 왠지 ‘색’ 이란 단어는 더욱 더 그러한 것 같습니다. 더욱이 색에 대한 ‘감정적인 정의’를 내리기는 더욱 어렵지요. 우리의 삶에서 만나는 수 많은 색들과 그 감정들을 과연 어떻게 몇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 근심걱정을 색칠로 지우는 아트테라피, '컬러링북'
최근 ‘색’ 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책이 베스트 셀러의 자리를 몇 달째 지키고 있습니다. 바로 ‘색칠’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컬러링 북’ 인데요. 어른용 색칠놀이라고 불리는 이 책은 각 서점마다 ‘아트테라피’로 소개되며 심리치료책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각 페이지에 디자인된 다양한 도안을 색칠하는 것이 기본 사용법이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해진 규칙이나 순서 없이 마음대로 색칠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기분을 전환하고 자유를 느끼며 그 속에서 재미와 위로를 찾는 것이죠.
아트테라피
심리 치료의 일종으로 예술 활동을 통해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함으로써 기분을 전환하고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치료법
# 색을 칠하는 게 진짜 효과 있을까?
‘컬러링 북’이 심리치료에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컬러링 북이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큰 도움을 준다고 말하는 이유는 색칠을 통해 집중함으로써 여러 잡념을 사라지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앓게 되면 모든 일에 의욕을 잃고 자꾸만 자신의 우울한 생각에만 빠지게 되는 걸 다들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그 때 컬러링 북을 펴고 다양한 밑그림에 맘대로 이 색, 저 색 칠하다 보면 몰입하게 되고 어느새 불안감과 우울한 잡념은 날아가게 되는 거지요.
‘색을 칠하는 게 정말 효과가 있다고?’ 라고 감이 잘 안 오신다면 어릴 적 자주 했던 색칠 공부 스케치북을 떠올려봐도 좋습니다. 새하얀 도화지에 검은색 선의 도안 칸 칸을 형형색색의 색연필과 크레파스로 칠해나갈 때의 그 느낌. 어린 시절에도 그 순간만큼은 떠들지도 않고 집중해서 즐겁게 칠해 나갔던 것 같습니다. 똑같은 흑백의 도안지가 나만의 그림으로 다시 태어날 때 성취감을 느끼고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색칠이라는 과정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 컬러링북 사용시 유의해야할 점
그렇지만 ‘컬러링북’ 이 모든 사람의 스트레스를 싹 해소해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컬러링북’은 색칠을 하는 과정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고 완성했을 때 성취감과 만족감을 주기는 하지만 극심한 정신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나 만성 우울증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합니다. 게다가 특히 정신분열증 환자가 컬러링북을 하면 강박증까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또 한 컬러링북 색칠을 할 때 바르지 못한 자세로 너무 오랜시간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피로가 쌓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컬러링북은 여가시간을 이용하기 때문에 침대 위나 바닥에 엎드려서 색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자세는 척추에 부담을 주기 쉽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엎드려서 하는 것보다는 바른 자세로 의자에 앉아서 하는 것이 좋으며 30분에 한 번 씩은 스트레칭으로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컬러링북, 직접 색칠해보니...
‘컬러링 북’은 색을 칠하기 위한 도구만 있다면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습니다. 색칠 도구는 색연필이나 크레파스, 사인펜, 볼펜 그 어떤 것도 상관 없습니다. 어떤 책을 살까, 어떤 도구를 선택할까 등에 대해 너무 깊게 고민하면 시작도 하기 전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먼저 색을 칠하기 전에 컬러링북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쭉 넘겨보니 다양한 도안들이 있습니다.
첫 장부터 차례로 색칠해 나가기 보다는 원하는 그림을 찾아 색칠하려고 합니다. 저는 왠지 보기만 해도 설레는 파리의 에펠탑이 그려진 페이지를 골랐습니다.
컬러링북은 페이지 양쪽이 쉽게 잘 펴져 색칠하기에 용이합니다. 본격적으로 색칠을 시작해봅니다.
원하는 색을 골라 자유롭게 칠했습니다. 에펠탑이 회색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각양각색으로 화려하게 칠합니다. 색을 칠하면 칠할수록 빈칸이 얼마 남지 않으면서 색 고르기가 난감에 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무슨 색으로 해볼까’ 라는 생각 말고는 다른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평소에 계속 머릿속에 맴돌던 걱정이나 근심거리들이 아예 사라진 것 같은 기분입니다.
30분 정도 걸려 색칠을 완성했습니다. 저만의 새로운 파리 에펠탑이 탄생하니 왠지 위대한 미술작품을 완성해낸 기분이 들었습니다. 컬러링북 한 페이지를 완성 한 후에 느껴지는 ‘뿌듯함’과 ‘만족감’ 은 어느덧 어른이 되어가며 쉽게 느끼지 못했던 오랜만의 감정이었습니다.
컬러링북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온라인에 ‘컬러링북 후기’ 가 많이 올라오고 지금쯤 ‘컬러링북 나도 사볼까?’ 라고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컬러링북 시작 전에 기억해두면 좋을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1. ‘며칠 만에 컬러링북을 완성하겠다!’ 혹은 ‘몇 분만에 이 그림을 완성해야지!’ 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힐링’ 을 위한 책인 만큼, 원하는 시간에 그리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조금씩 칠해나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목표가 생겨버리는 순간, 목표 달성을 위한 강박관념이 생기고 그건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2. 억지로 몰두할 필요도 없습니다. 학창시절 공부를 할 때 ‘집중해야지,집중해야지’ 하면 더 집중이 안 되는 것처럼 컬러링 북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안을 보고 원하는 칸에 원하는 색을 마음대로 칠하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컬러링북에 몰두하게 될 것입니다
3. ‘컬러링북을 색칠하면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갈거야’ 라는 기대도 너무 하지 마세요. 컬러링북을 색칠하면 고민하던 근심거리를 잊게 되고 완성했을 때 성취감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컬러링북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앓아오던 스트레스가 있다면 컬러링북 색칠보다는 먼저 그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아 해소하려 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 취미로 삼기 손색 없는 컬러링북
컬러링북이 큰 인기를 얻자 ‘십자수책‘ ‘손 글씨 쓰기책’ 등 아트테라피를 주제로 하는 다양한 책들도 속속 출간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컬러링북의 인기와 그 여파가 크다는 것이겠지요.
저도 직접 해보니 ‘컬러링북 색칠하기’은 고민과 걱정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를 잊게 해주는 즐거운 취미생활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시작해보세요! 동심으로 돌아가 머리를 비우고 색칠하기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 샌가 설명할 수 없는 아날로그의 매력에 푹 빠지시게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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